하루에 몇 번의 전화벨이 울렸는지 이제는 숫자 헤아리기를 멈추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내 핸드폰 벨소리... . 새벽이건 촬영 중이건 나는 핸드폰을 꺼두지 않아 계속 받아야만 했다. 그리곤 똑같은 물음과 답변, 누굴 찾는지 모르는 상대방의 목소리. 내 핸드폰에 찍힌 이름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지금 영혼과 육신이 말라가고 계시다. 고생 하시다 이제 좀 편히 남은 생을 만끽하실 나이에 너무 일찍 찾아 온 치매 때문이다. 우리 집 가족사에 연유된 어머니의 치매.
요즘 부쩍 어머니는 교회 방문이 많아지셨다. 신새벽부터 어스름 저녁까지. 그런데 매번 가실 때마다 "교회에 가니 아무도 없더라.", "오늘 교회 가는 날 맞지?"를 반복하시며 돌아오시는 어머니. 교회와 집, 약수터와 집만 드나들던 어머니가 요즘은 약수터도 못가시고 교회 가는 일도 쉽지 않다. 지난 주 2부 예배 장로님께서 대표기도 하실 때 요양원에 계신 분들에 대한 기도를 하셔서 또 한 번 맘이 울컥했다.
이제 어머니는 교회 가실 날도 많지 않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도 많지 않다. 모든 걸 잊어가고 계시다. 이번 주에 경남 밀양으로 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어머니의 고향나들이를 갈 계획이다. 그리고 조만간 효도라는 게 무언지 아직 잘 모르는 아들로서 고심고심하다 이제는 편한 곳으로 모실 예정이다.
하나님께서 인내와 시련으로 어머니와 가족들을 단련하시려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나님께서 이겨낼 용기과 더불어 기쁜 앞날을 주시기 위한 과정을 주실 거라 생각한다.
어머니를 위해 항상 핸드폰을 켜두고 있다. 유일하게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신 핸드폰 번호이기에... .
Re:핸드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