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째, 내게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강압에 못이겨 고문받듯이 당하고 마는 교회의 연례행사가 있다. 바울 남전도회 주최 성경암송대회이다. 남이 외우는것을 보면서 그 긴긴 시간을 허리를 비틀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다시는 참석하지 말아야지 결심하지만, 단체전에 발목이 묶여서 (책임감은 조금 있어서...) 매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겨우 1줄 외우고 지겨움을 토해낸다. 가끔식, 집에서 아이들에게 성구를 암송시킨다. 혹시, 공부못하는 우리 아이가 성구의 영험함(?)을 힘입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하고 신앙간증이라도 할까싶은 얄팍한 믿음때문에. 그러나, 동기가 바르지 못한 탓인지 그것도 결과가 빨리나타나지 않으면 몇주 하다가 그만두고 만다. 나 또한 머리짜내어가며 일상어와 다른 성경의 복잡한 말씀을 외우기가 귀찮고해서 암송은 아예접었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책한권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킬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인데, 김다윗씨가 지은 '마가복음 영어로 통째로 외우기'. 책내용은 그냥 영어로 마가복음을 수록한것이 전부이지만, 그책 앞부분에, 저자의 고백이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인용하자면, [우린 인격의 성숙을 위해 말씀을 묵상하지 않는다. 영의 자람을 위해 그 말씀을 주야로 살피는것이 아니다. 그 말씀대로 살기위해 그 말씀을 묵상하고 주야로 살핀다. 그러면 그 말씀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고 우리의 길은 평탄해지며 삶은 형통하게 된다. 인격의 성숙이나 영의 성장은 말씀의 순종에 대한 열매일 뿐이다. 살지 않을 말씀을 묵상해서도 안 되고 순종하지 않을 말씀을 들어서도 아니된다. .............중략......................................................... 나의 유익을 위해서 암송하는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그분의 명령이기 때문에 암송하며 순종하길원한다고 자신에게 말하라. 우리가 선한일을 하면서도 쉽게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항상 그 일의 중심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의 목표가 그분을 기쁘시게 함을 자신에게 날마다 가르치라. 우리 자신이 바른 출발을 하지 못하면 우리를 통해 일어나는 역사는 아무것도 없다. 출발이 바르지 못하면 원치않는 도착지에 이르러 당황하게 될것이다.] 저자는 덧 붙여서, 빨리 외우는것보다 날마다 되새기는것이 중요함을 말하며, 몸이 말씀의 창고가 되게하라고 주문한다. 나의 몸이 말씀의 창고가 되는것!!! 암송을 지루하게 여겼던 내 모습과 어릴적부터 내 아이들의 몸에 말씀을 채우지 못한 엄마로서의 자괴감이 차마 주님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역시 나는 죄인이다. 날마다 상고하는 말씀이 없기 때문에 내 삶속에서 남을 판단하고 정죄했던 내 모습. 오늘부터 머리는 나쁘지만, 가슴으로, 영으로 말씀을 외우고 묵상하며 세상의 바다를 향해 항해를 시작하려고 한다. 캄캄한 밤 사나운 푹풍앞에서도 저멀리 말씀이라는 등대의 불빛을 보고 말이다. 바울남전도회가 하는 성경암송대회에서 100명이 암송을 해도 한말씀 한 말씀 앞에 아멘이다. 지루함이라는 사탄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말자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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