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랑 산엘 가기로 했다.

수락산, 소요산, 명성산 중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명성산 억새 축제를 보러 가기로 했다.

나는 김밥이랑 차를 준비하고, 언니는 과일이랑 고구마, 밤, 땅콩등을 삶아왔다.

바람이 조금 차갑게 느껴졌지만 두꺼운 잠바랑 장갑까지 준비한 터라 너끈히 견뎌낼 수 있었다.

폭포 쪽으로 올라가니 금방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를 끼고 한 바퀴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온 때문인지 물이 호수 가득히 차서 조금 무섭기 까지 했다.

자칫 발을 헛 디뎠다간 물 속으로 빠질것 같은 두려움이 스치기도 했다.

산 언덕을 내려서니 멋진 소나무가 호수에 잠길 듯 서 있었다.

형부는 겁없이 그 나무로 성큼성큼 올라가 사진을 찍어 달랜다. 

'에휴, 무서워라~  떨어지면 어쩌려고- '

바람이 날려 버릴 듯 무섭게 불어서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추위를 달래고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머나, 산정호수를 여러 번 왔었지만 이 길은 걸어보지 않았었네. 이렇게 멋진 길을-'

허브농장에 다다르니 그곳은 바람이 없이 잔잔하고 따뜻했다.

각종 허브종류와 작은 꽃들을 보며 감탄하고 밖으로 나오니 호수에서는 분수가 치솟고 모터보트가 나는 듯 달리고 있다.

찰랑이는 물이 발이라도 적실 듯 가까이서 넘실대고 있었다.

위에서만 호수를 내려다 보며 걸었었는데 이렇게 호수 가까이에 길이 나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명성산 입구로 들어서려니 많은 인파와 차량들이 길을 막았다.

경찰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들을 막아 줘서 겨우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날씨가 추우니 파전이라도 먹고 가기로 했다.

해물파전에 홍합탕, 곡차 한 잔까지.  '아휴, 맛있어^^'

내친 김에 김밥도 먹고 , 어묵으로 마무리.   '너무 먹었나? ㅎㅎ'

올라가는 길은 내려오는 이들과 부딪치면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골짜기엔 어느새 빨갛게 물든 단풍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반가움에 사진도 한컷 찍고,

갈대숲으로 들어서니 깨끗하고 하얀 갈대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바람을 따라 바람에 제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일렁이는 갈대가 평화롭다.

어디선가 천상의 소리인 양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산위에 울려 퍼진다.

"이게 무슨 소리지?  어디서 나는 소리야?"

팔각정 위와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산상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산위에서 듣는 음악회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1년후에 받는 편지'라는 이름의 행사도 있었다.

'억새꽃축제'라고 새겨진 예쁜엽서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바람에 순응하는 갈대처럼 우리의 삶을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께 맡기고

감사와 기쁨으로 살아가자고 내 마음의 소원담아 띄워 보낸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라.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 아멘.

                                                                       시편 37편 4~6 절 말씀.

                                                                              2007.  10.  20.